6편 - 없음(空)

2024. 9. 2. 17:29사랑

 ------------ 없음(空) ------------
 
그렇게 한달동안 만나지 않고 연락만 하다,
그는 두어번 내일(;;;근데처음부터이랬음) 시간되냐 정도를 물어봤지만 물론 내가 안된다했고, 
한달째에 내가 약속을 잡았다.

상담선생님은 내가 너무 밀착된 연애에 익숙하다했다.
사람마다 표현은 다르다고.
(나름 희망하던)대답을 들은 나는 그래서 다시 그를 이해해보려했다.
내가 너무 급했던 거라고.
내가 너무 푸쉬했던 거라고
그냥 좀 놔둘줄 알아야한다고
다른 어떤 사람들은 그냥 뭔 이유가있겠지하고 놔뒀을거라고

정말 모든걸 보여줘야겠다
모든 카드를 까고
내 기준이 아닌 상대의 기준으로 시작해보자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보자
 
어쨌든 이어져온 우리에게
늘 다시금 연락해와준 그에게
성격상 말하지 않지만.
 
나는 지금 내 상처만 생각하고 있지만
밀어내는 내 표현때문에 상처받고 머뭇거리고있는 부분이 있을테니.
드러나지 않는 너의 진심
다시한번 닿아보기 위해.
 

내쪽에서 먼저 다가가보자
아무 내숭없이. 간봄없이.

한달동안 거리를 뒀으니
이제 강수를 둬보자
라는 생각으로 찾아간
멀디먼 그의 집

내가 니쪽으로 가겠다고 일부러 말했다.
 
 

늘 와주던 네쪽으로 내가 처음으로 찾아간 그날말야.
너가 고개를 갸우뚱할정도로
내가 그 무엇도 감추지 않던 그 날이
내가 우리의 Closure를 쓰려고하던 거였다는걸

 
 

그래서 처음 내가 그에게 다가갔던 것처럼
적극적이고, 있는 그대로 표현하던 그대로 다시해보자고.

그렇게 그의
집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그도 꺼내지 못한 진심이 있다면
열거라고 생각했고
나에게 전해질 거라고 생각했고

그리고



.

.

.

.



내가 찾는 건, 이제까지 봐왔던 건 거기에 없더라.
다정함도.
내가 이때까지의 모든 연애에서 첫날밤에서 부담스러울정도로 느꼈던
그 어떤 안정과 온기와 정서적인 충족도 잘 느껴지지 않더라.
 
그렇게 좋아하던 사람과
관계의 클라이막스인 이 부분에서
이렇게 아무런 정서적 충족이 없다는게
참으로 너무 황당할 정도로
 
니 옆에 누워있는 나는 여전히 외로웠다.
 

 

 

 
 

 

마지막 날 저녁식사에서도
보통이면 있던 호감도 없어졌을
너의 잘못된 젓가락질을 보며 나는

아 저러면 사람들한테 이미지 안좋을텐데
저런 디테일을 내가 잘 잡아줘야겠다 라고

네 걱정을 하고 있더라.

사랑에 빠진 여자는 참 답이없다.

 

그러고나서도 다시 라벨링을 위해
그를 궁금해하고있었다.
 
연락은 어떻게 오는지
뜸을 들이진 않는지
우리는 뭔지

몇번이고 그만하자는건 결국 내입에서 저지른 말이었으니
책임은 내쪽에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적극적으로 그러나 푸쉬하지 않고
먼저 사귀는 사이처럼 행동하고 연락했다.
 
처음 내가 그에게 다가갔던 것처럼
적극적이고, 있는 그대로 표현하던 그대로.

그치만

미루던 첫날밤을 보낸다해서
우리의 관계양상에,
불안불안한 유대감에
변화는 없었다.
 
분명한건.
내 불안은 예전과 같거나 높아져있었다.
 
그렇게 주말 밤을 보내고 온 다음주중

스트레스가 쌓여있던 나는
친구 앞에서

'내 인생에 도움되지 않는 사람이라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을 것 같아. 
근데 인정하기 너무 무서워. 
왜냐면 그럼 내가 끊어내지 못할 거라는 것도
인정해야하기 때문에..'

라며 갑자기 올라오는 울음을 터뜨렸다.

그렇다.
날 서운하게할게 뻔하다는 상황에서 계속 연락하고.
생일전날 내 전화를 의미모를 방식으로 블록해둔 사람과 다시연락하고.
첫날밤 조차도 애정이 느껴지지 않는.

그럼에도 그를 놓지못하는 이런 나.
그래.
내 문제였다.

지금도
이상하게도 가깝지 않은 너.

날 잘 아는 친구도.
내 마음상 지금 당장은 멀어지기 어려울 것같다고 동의했다.

 

 

등돌린 나한테도 언제나 기다려주며 허허 웃으며 지켜봐줄것 같아서 반했던 그는
막상 내가 손을 뻗었을 때 구름처럼 사라져버렸다.
 
정작 내 마음이 커져서 그에게 손을 뻗는 순간
그는 내 손끝에서 연기처럼 사라져버렸다.

궁금해하면 궁금해할수록
손을뻗으면 뻗을수록
더욱더 오리무중이 되어갔던
진흙탕에 발을 들여놓은 것처럼
나를 옭아맬뿐이었던 너의 마음.

내가 그에게서 봤던 단단함은 뭐였을까?

 

그리고.
지금은 그를 정리하는 것이
나에게 불가능하다는것을 안,
 

바로 그 다음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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