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편 - 너에게만 보이는 무언가를 바라보는 너 (부제: 회피형과 불안형의 왈츠)

2024. 9. 2. 17:22사랑


----. 너에게만 보이는 있는 무언가를 바라보는 너 ----


그런데
 
그러고 집에 돌아오면

그의 반응과, 만나지 않는 날의 연락을 통해 나는 도저히 애정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는 왠지모르게 만나고 오면 무심하게 느껴지는 구석이 있었고.

 

도대체 그 원인을 알 수 없었다.
 

 

 

이 관계의 첫 페이지를 여는 시점부터 느꼈던 연락나눌 때부터
나는 너가 언제나 싱거울 거라는 걸
날 서운하게 할거라는걸 직관적으로 알고 있었어.
 
같이 있을땐 좋았지만
너를 만나고 오면 왜이리도 외로웠던건지. 

그리고 처음에 감지한 이런 패턴은 보통 지속된다는것도.

그래서 너를 흔들어 떨궈내려했고
그런 나에게 너는
내 예상이 사실이 아닌것처럼
너무 절실히
자존심같은건 어찌되도 상관없는 사람처럼
나를 잡아줬어

집착처럼 느껴질 정도로 쏟아지는 너의 연락에
그 찌질함에
서로사이의 문이 열리기 전 어서 떠나가려던 나는
바보같게도 이상하게도 마음이 뭉클해져 더 열려버렸어.
 

 

 


 
 

나는 이 나이때까지 연애를 쉬지 않은 편에 속하고
다양한 이별을 해봤고
나름 최악이라던 잠수이별도 당해보고
나름 경력자이다.

그 어떤 연애도 단한번 사귀자고 한사람과의
연애'초반'에 이런 애매한 공백감? 불안감을 느낀적은 없었다.
그말인 즉슨 적어도 둘 사이의 피크에서는
내가 특별히 신호를 예민하게 받는 사람이 아니라는 거다.

카톡 답은 빨랐으나 언제나 의식의 흐름대로 던져지는 오타많은 한마디 한마디 뿐이었으며
전화도 잘 하지 않았다.
 
직관일까?
오해일까?
 
가까워질 수록
그와 함께 할일 그에 대한 생각뿐이던 나와 반대로
그의 머릿속엔 다른 할일들이 가득했고
본인의 주의를 사로잡는 다른 일상의 것들만 얘기했고
나는 그의 입에서 나오는 이야기의 주제에서 발견되지 않았다.
 

그렇다고 대화에서 어떤 핀트를 맞춰가기엔
나는 그가하는 말에서 내가 하는 생각과 전혀 다른점이 너무 발견되어
흐름을 함께 탈수는 없었달까?
 
그것도 원활하게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는 다른 곳을 봤고
나는 그런 그만 봤다. 


정작 양파같은 내 마음을 한겹한겹 다 열어내
그를 너무 필요로 하는 순간
그 모든 걸 너른 울타리로 다 받아줄것만 같던 그는
내 손끝에서 사라져버렸다.
구름처럼 사라져 버렸다.

그러고 나는 그 사라진 동안
기대와 다른 이 상황에 무너져갔다.

나는 그의 표현을 이해할 수 없었고
왜 그런 공백을 느끼는지, 무엇이 원인인지 파악할 수 없었다.

처음엔 나를 판단하지 않고 비어있어서 좋았지만
정작 가까워졌을때 나는 가득 차있는 사람을원했었던걸까?
 

상담쌤은 내가 예전에 계속 집착하는 사람을 만나서 그렇다했다.
애착유형중 이런 스타일도 있다했다. 오히려 안정적인 스타일이라고
 
그런면도 분명히 있는건 생각하다보니 맞다.

 
내 기대보다 언제나
예상못한 따뜻함을 늘 한 점 얹어주어 미소짓게했던 그는

주인만난 강아지마냥 꼬리를 흔들며 가까이 다가갈때마다
어느순간 벽을 선사했고

사막의 도도한 여우마냥
한없이 여유와 끼가 넘쳤던 나는, 
점점 그 앞에서 말수와 표현이 적어졌고

혼자있을때도 은은하게 반짝이던 나의 세상은, 
서서히 일상 내내 그의 애매한 표현속에서 의미를 궁금해하며
연락만 기다리는 불안 속으로 침잠해갔다.
 
 

너한테밖에 안보이는
무언가를 바라보는 네가 싫어



'회피형'
'진심아님'
'내가왔다갔다질리게했음'
'진심이있으나표현방식다름'
'연애의의미가다름'

이중 무슨 라벨인건지,
아니면 또 딴 라벨이 더 있는건지,
사랑할 수 있는 경우의수는 없는건지,
그러려면 내가 어떻게 이해해야하는지,

나에게 비치는 바뀌는 상황상황마다 나는 그 라벨링의 카드들을 셔플링하고있었다.
예상한 카드가 다시 다음 카드로 바뀌고
다시 다음 카드로 바뀌며
또 원래 카드로 바뀌었다
 
그의 표현 방식은 나와 너무 달랐고
이미 뺏겨버린 내 모든 마음을 담보로
너의 진심의 정체 / 내가 느끼는 불안의 정체라는 것을 보상으로
내 머릿속은 갬블링 하우스에 갇힌 빚쟁이처럼
하루종일 쉴새없이 카드게임을 하고있었다.

마음속 가장 여리고 깊은 그 곳에서
그 게임의 희비를 계속 프로세스해야했기때문인지
평소의 심리상태에도 점점 더 불안의 강도가 높아졌다.
 
그래서 나는 사실은 니 마음을 설명해달라는 외침처럼
카톡으로 있는진심 그대로 내 힘든 마음을 꽤 공격적으로 있는그대로 직진으로 표현하고 열어 냈고
있다 퇴근하고 집에가면 7시반에서 8시 사이이니 그때 통화로 얘기하자는 나에게

나의 의도는 해소였지만
그는 상처받았는지 질렸는지 어땠는지
굳이 여러가지 멀어지는 말을 카톡으로 건냈고
 
(나는 이 싸움이 있기 전, 혹시 우리에게 문제가 다시 생긴다면 특히 나란 사람은 무조건 얼굴을 보고 얘기하면 풀린다고 이것저것 사용설명서를 말해두기도했었는데 밀이지.)
 
나는 결국, 니가 그렇다면 끝내자했고 
그는 알았다 했다.

그치만 나는 결국 그날밤 그에게 전화했다.
그리고 너도 연락하라며 미련가득한 모습을 보였다.

그날 내 마지막 카톡은
나: "내가 좋아하는거 알지?.."
그: "알지요"

왜일까?
왠지모르게 그가 알고있다하면
안심이되었다.

그리고 균형이 맞지는 않지만 (내가 더 사로잡혀있는 것 쯤은 분명히 알겠다)
서로 마음이 있는 우리 두 사람은 역시나 계속해서 연락이 이어졌다.
 


그렇게 다시

유사연애의 연락 패턴이 되어갔다.

 

 
그리고. 나는 셔플링하던 카드를 멈추고 하나의 카드를 결정했다.
 
내가 그의 표현을 이해못하는 거라고 생각하고

긴가민가하면 될것도 안되니
그는 나를 좋아한다고 
그냥 그렇게 가정해보고
내가 주고픈대로 사랑하자 생각하고

다시금 마음을 열어보고자하는 바로 그 시점

그는 다시 신호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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