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8. 5. 14:22ㆍ사랑
첫번째 제대로 만난날,
벚꽃이 만개한 4월의 그날
호수 앞에서 돗자리를 피고 석양이 질 무렵 우리는 미래 비전에 대한얘기를 나누고 있었고
점차 해가 지는 그 시점 그가 나를 똑바로 빤히 바라보는 그 순간
시간은 갑자기 멈췄고
나는 알았다.
내가 방금 사랑에 빠졌다는걸.
뭔가 자신이 없어보이지만
동시에 뭔가 단단하고
남자답고
이상하게도
매료되는 내 옆의 이 사람에게.
세번째 만났을 때
석양을 보며 나는 말했다.
"너 마루밑의 아리에띠 애니메이션 알아?
너랑 있으면 내가 14살 아리에띠가 된것같애."
이런 소중한 마음을
한가득 소리쳐 외치고 싶게 하는 그.
또, 외칠 수 있게 편히 웃으며 바라보는 그.
그랬다.
어른스럽고도
동시에 소년스러운.
동시에 이국적인.
지브리 시리즈의 남자주인공의 상(想)
그는 나의 머릿속 그런 모습으로 자리잡아갔다.
그렇게 장난스러운 티키타카로 시작했던 우리는
서로 마음을 점점 키워갔다.
설레는 마음에 그와 만남을 시작한 몇주째 밤잠에 들지 못해
회사에서는 내내 졸았고
다음날은 일하면서도
하루종일 그의 생각뿐이었다.
세번째 만난 날,
이미 9시가 넘었고
우리가 가기로했던 곳은 다 갔는데...
차가 출발하도록 시동을 걸지 않고 30분째 뜸을 들이는 모습을 보며 나는 감을 잡았다.
아 오늘 그말을 하려고 하는구나...
그 말을 하기가 어렵구나! (귀여워 ㅜㅜㅜ)
그래서 운전석에 앉아 핸들을 만지작거리며
"계속 만나볼거야?"라는 말을하는 그.
나는
"응? 그지 당연하지~~~"
모르는 척 아무렇지 않은 질문인 척
지나가는 말로 대응했다.
그러자 그는 (내 의도대로ㅎㅎ)
내가 이해를 못했다고 생각하여
질문의 강도를 높였다.
"진지하게 만나볼거야?"
그리고 나는 사랑스런 그의 애를 더 태우기 위해
대답하는데 시간을 들였다.
"내가 생각을 해봤는데~~~~ "
뜸을 들이며 속으로는 숫자를 세기 시작했다.
' 하나, 두우우울, 세에엣 네에에에엣 다서어.. '
그렇게 뜸을 들이는 나에게 찾아온 그의 입술이
우리의 첫키스였다.
그때까지의 잔잔함과는 다르게 매우도 어그레시브하고
매우도 고조되는.
그렇게 그는 대부분의 사람에게 목석인 나를,
장난끼 충만한 사람으로 만들곤했다.
서로 닮은 동물을 얘기하면,
나는 그에게 수컷사슴(?)을
그는 나에게 여우를 말했다.
생각했다.
우린 조건도
살아온 환경도 많이 다르지만 상관없어.
동화 속 슈퍼히어로 그런 초인적인 뭔가를 원하는게 아니야.
그냥 내가 의지할수 있는 무언가,
내가 그리워할 수 있는 누군가.
나는 딱 이런걸 찾고 있어.
그냥 정확히 이런거.
너하나면 충분해.
내 모든것으로 너를 행복하게 해줄게.
그렇게 나는 사랑을 시작했다.
세상이 녹아내리는 것 같을 정도로
달콤하기만 한 시작이
내 평온했던 일상을
어떤 소용돌이로 끌고가고 있음은 모른채.
'사랑' 카테고리의 다른 글
6편 - 없음(空) (4) | 2024.09.02 |
---|---|
5편 - 지쳤다고 나도 말하고 싶어 (1) | 2024.09.02 |
4편 - 달디단 밤양갱 (1) | 2024.09.02 |
3편 - 너에게만 보이는 무언가를 바라보는 너 (부제: 회피형과 불안형의 왈츠) (2) | 2024.09.02 |
1편 - 밤을 달리다 (0) | 2024.07.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