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7. 29. 14:58ㆍ사랑
떠들썩한 나날에 웃지 못하는 너에게
상상할 수 있는 가장 눈부신 내일을 줄거야
끝나지 않는 이 밤으로 낙하하기 전에,
자, 내 손을 잡아
- 밤을달리다 (夜に駆ける), Yoasobi
의미없는 대화들로 수많은 사람들이 내 앞을 지나가는 틴더였다.
나도 큰 기대나 관심이 없었고
회사일과 주식과 자기관리로 가득 바쁜 나의 일상중,
심심한 시간을 채워주는 유희가 좋을 뿐이었다.
몇마디가 가볍게 이어지고, 가깝다면 커피마시러 만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대부분 1시간 정도면 난 집에가고싶어졌고
한차례의 만남에 명확한 끌림이 없는 경우 연락을 이어가지 않았다.
이번 시리즈로 할 얘기는
그런 수없는 스쳐지나감 중
나에게 나타났던.
우연히 내 의식의 초첨을 사로잡았던.
어느 하나의 숫자 속 꾸려낸 작은 세상 속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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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쉽게 반말을 했던 것 같다.
동갑이고 뭔가 편하고 만만한(?)느낌이 있었다.
그는 내가 연락을 하지않으면 늘 나를 찾았다.
난 그다지 그에게 별 생각이 없었지만
장난스런 티키타카는 타이밍 맞은 잠시의 순간 뿐
그 순간이 지나면 미련없이 눈앞을 스쳐지나가는 수많은 사람들 중
이어질 말이 없기도 하고
별 생각없이 쉽게 톡을 씹어버리는 나에게
경상도 출신이어서 그런지
무뚝뚝하고 감정 표현에 서툰듯
한마디 한마디 틱틱 던지던 그가
다시 톡을 보내올때마다
얘뭐지 하고 웬지모를 웃음이 지어지곤 했다.
잘 아는 사이도 아니고, 사진이 크게 마음에 들었던것도 아닌데 왜 굳이 좋았을까
그가 내 장난스런 표현들에 대해 보이는 반응들에서 나는
'아 얜 진짜 뭘 모르는 순진한 애구나..'
라는 느낌을 확 받았다.
그렇게 어떤 한 사람이 보였다.
내 마음 깊은 곳에서 외친 순수함에 대한 감지
그렇게 그는 흑백의 인파 속에서
홀로 RGB 가 되어 내 의식의 초점으로 들어왔다
특별히 만나자고 약속을 잡지 않는 그.
소심하고 감정표현에 서툴었지만
내가 뭔가를 주면 언제나 연락으로 그만큼 반응하고 돌려주었다.
내가 하는 것이 무례하고 바보같던 뭐하던,
그는 그 허접함을 보지 못하는 사람처럼
연락속에서 내가 원하는 것을 돌려주는 느낌이었다.
단 한번도 내 요구나 표현에 돌려주지 않는 법이 없었다.
내가 보낸 아래 노래에
그는 비슷한 노래를 찾아 들려줬고
내가 내 사진을 보내면
바로 자기 사진을 보냈다.
내가 짜증스러운 말을 하면
바로 꼬리를 내리고 수정을했다.
그때 보내줬던 요루니카케루,
https://www.youtube.com/watch?v=LD9xGIpXzCk
이 영상에 남주 꼭 너같다? 라는 코멘트를 그에게 주었다.
어색하게 고맙다고 하는건 뭔지ㅋ (참고로 진심으로 한 말이었다.)
원래 그러진 않는데, 그렇게 연락이 길게 이어졌다.
그는 왠지모르게 나를 (좋은 의미에서)제멋대로 행동하도록 만드는 사람이었다.
그의 앞에서 나는 내가하고싶은 말을 내멋대로 했고
그는 그 모든 걸 받아줄 수 있는 사람이라는 편안함을 느끼게했다.
뭐랄까. 맘껏 물놀이를 할 수 있는 바다와 같은 느낌??
아무런 유대가 없는 사이였다.
근데 이런 편안함을 누군가한테 느끼는건 매우 드문일이었다.
아니, 거의 없는 일이었다.
심지어 오랜 친구든. 가족이든.
그렇게 그는
어차피 만나면 연락하면서 생각했던거랑 다르잖아 왜 시간낭비해? 라며
만나기 전 연락을 길게하지 않는 나의 패턴을 깼다.
주기적으로 소통하는 관계 양상이 갖추어진 후,
나는 차로 한시간 거리의 그에게 당장 만나러 오라고 떼를 썼고
나와 만나고 싶지 않은것 같다며 제멋대로 토라졌고 제멋대로 더이상 연락하지 말라고 했다.
그런 장난스럽고 성의없고 제멋대로인 나를
그는 언제나 (사실 좀 찌질하게) 잡았다.
그게 너무 좋았다.
애초에 나의 연락끊음을
응석부리고 싶은 마음에서 나와서 그랬던 걸까?
너는 어떻게 차디찬 나를
안면도 트지 않은 상태에서 그렇게 만들었을까?
제멋대로인 나를 바라보며 언제나 허허 웃는 바이브의 그였다.
아직 연락뿐인 관계지만
그 바이브가 그렇게 좋았던 걸까?..
주말, 일 보고 들어가는 길 잠시 짬이 난 순간,
연락을 나누던 그는 나를 차로 집에 데려다주겠다고 했고
우린 그렇게 드디어 안면을 틀 수 있었다.
역앞에 차를 대고, 역 안으로 직접 들어와 나를 기다리고 있던 그.
외모에 대한 첫 인상은,
뭐 괜찮은데? 싶다가도 단점이 보이는...
나쁘지 않은, 그저 괜찮은 편이었다.
나는 외모를 굉장히 중요시하는 편이고,
외모에서 내가 끌리는 부분이 명확히 보일때만 관계 진행을했다.
근데 그는 달랐다 왜냐면
그 낮은톤의 차분한 사투리의 강한 억양과 차분함에 나는 이미 좀 매료되어있었고
시간이 흐를수록 그 면에의 집중은 더욱 깊어져갔기 때문이다.
그렇게 우리 집으로 왔던 1, 2시간 동안 대화를 나눈 우리 속 그는 참 연락하던 느낌 그대로였다.
나는 스무번 가량의 소개팅 동안 한번도 하지 않았던.
애프터 삼프터에도 해보지 않은 행동을 했다.
주차장에서 집 입구까지 데려다주는 그의 손을 내가 먼저 잡았다.
그 설레고 어색한 순간..
"손이 부드럽다 나는 굳은살이 많아서..."
와 같은 전혀 핀트 나가는(=분위기 깨는^^) 말을 했던게 기억에 남는다.
그렇게 나는
표현이 애매한 남자는 상대하지않는다.
라는 나의 연애의 불문율을 깨고
나한테 관심이 없는것같다며 토라지는 나를 잡는 그에게
못이기는 척
그 다음 데이트를 이어나갔다.
실제로 만나본 그는 뭔지 모르게 촌스럽고 자신없고 허접한 면이 있었다.
그런 부분은, 정말 좀 깨는 것도 있었지만, 깬 뒤에 따라오는 생각은
'발전할 부분이 많겠다' '내가 알려주면 되지 뭐'
라는 종류의 것이었다.
나를 받아준데에 대한 보답이었을까?
이상하지?...
차가운 나를 한번의 만남으로 이렇게 만들다니 무슨일이야?
또한,
만나는 횟수가 하나 둘 쌓여감에 따라 발견한 그는,
어린시절부터 대학까지 그냥 지방도 아닌 저 깊은 곳 논밭에서 자랐다던 그는.
(충격적이게도) 연탄 사용 방법도 알고 있는 그는.
평생을 서울 강남 붙박이로 보낸 나에게.
어린이였던 시절 시골집에 갈때마다 '여기도 사람이 살까?'라고 생각하곤 했던 나에게,
바로 그러한 곳에서 그런 생각을 머금고 있던 어린 나와 그 당시 동시에 존재했을, 동시에 성장해 나가고 있었던 존재로서
묘한 신비감이 들게했다.
거기에 내가좋아하는 소년미가 있는 얼굴의 인상이 어우러졌다.
거기에 차분한 말투와 목소리.
전혀 고치지 않은 사투리.
묘하게 전부 어우러져
이국적이고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그는
처음만나 서로를 쭉 스캔할때보다
두번째 만남에 더 빠지고
세번째 만남에는 더 빠지고
네번째 만남에는 더더더더 빠져버리는
만나면
한시간째
그리고 두시간째가 더 좋고
세시간째에는 더더더 좋아지고
네시간째가되면 멍할정도로 홀려버리는
알수록 오묘한 사람이었다.
또, 이건 셋째중 막내같은 둘째였던 내가 매우 잘 캐치하는 부분인데,
그는 세명 남매 중 첫째오빠였고,
그 자리에서 큰 사람답게 챙겨줌이 몸에 밴 성숙한 바이브가 있었다.
그 역할이 익숙한 사람답게
식단관리 중이라 몇차례의 긴 시간의 데이트동안
한차례도 식사를 같이하지 못하는
나의 옆에서 하나 불평의 기색이 없었고
그런 내 옆에서 알아서 말없이
내가 챙겨온 삶은 달걀을 까줬고
덜렁대는 나의 옷매무새를 고쳐주고
아직 추웠던 밤시간에는 나의 허리춤에 담요를 손수 묶어줬다.
근데 뭐랄까 몸에 배서 흘러나오는 챙김같았달까?
일상에 대한 한마디한마디를 나누다보면
다른 사람들에 대해 얘기하는 그의 말에서도,
나는 누군가를 챙기는 사소한 디테일과 그 능숙한 따뜻함을 계속 발견했고,
그 면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져버렸다.
내 이상형 우선순위리스트 저기 저 후순위에 존재하던 '다정함'
그걸 그렇게 그는 단숨에 1순위로 끌어올렸다.
뭔가 특별한 걸 해서가 아니었다.
그건 '바이브'였다.
그래. 넌.
어쩔땐 친구같고, 어쩔땐 오빠같았고,
편하고 설레고
두어번째 데이트가 끝날때부터는
같이 있을때 내가 정말 왜이러지???싶을정도로, 승천한채 내려올 줄 모르는 나의 광대를
잡아 끌어 내리려고 정말 열심히 노력해야할정도로
좋았고
너무 좋았고
또 더 좋아졌다.
그도 마찬가지라 했다.
내가 좋은 이유를 물으면 그는
처음부터 신비로운 느낌이 있었다고 했다.
(그렇다. 나도 기존 만나던 사람들 풀 밖으로 나가면.
신비로운 서울여자였다.)
2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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